영화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다.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문학 속에서 '사회파'라는 또 다른 범주를 형성한다.
미야베 미유키는 일찍이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거인이 세운 사회파 추리소설의 암울한 노선을 충실히 따른다.
화차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원작("재능있는 리플리씨 The Talented Mr. Ripley")을
영화로 옮긴 "태양은 가득히"를 통해 익숙한 신분세탁을 위한 살인이라는 플롯을 따른다.
두 영화의 차이점은 살인의 대상이 다르다.
"태양은 가득히"에서 알랭들롱이 젊은 부호를 살해한 반면, "화차"에서 김민희(선영)는 그렇고 그런 호스티스 살해한다.
빈자가 빈자를 죽이는 반 도덕적인 상황에서 사회파적인 암울함은 극대화된다.
여자는 단지 행복하기 위해서 남의 삶을 뺐어야만 했다.
리플리가 부와 권력을 획득하는 욕망의 주체이었다면 선영은 평범한 여자이길 원하는 젠더적 타자이다.
영화는 좋은 스릴러지만 여전히 30년도 더 된 "겨울 여자"의 여성 캐릭터를 답습하고 있다.
선영이라는 인물은 문호(이선균)와 종근(조성하)을 통해 비밀이 벗겨질 뿐 어떤 항변도 하지 않는다.
때문에 "화차"는 좋은 스릴러일지 몰라도 좋은 여성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 갈 때 즈음 다수의 관객은 나비가 되고자 한 가련한 여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 여성이 가련한 것인지 되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충분히 사회파의 암울한 불편함을 물려받았다.
김민희는 감정기복이 일정한 배역이긴 했지만 이제 배우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실질적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김민희와 이선균이 아닌 조성하다.
김별은 매우 귀엽다.
이제껏 변영주가 영화를 만들면서 천착했던 '성장'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