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자

1.기독교 신자가 아니라서 성경을 제대로 읽어 본 기억이 없다. 
그나마 성경을 1분이상 쳐다 본 것은 군대에서 사제 햄버거(맥도날드)를 먹기 위해 신약의 몇 구절을 읊었을 때 뿐이다.
사실 내 종교는 식성에 의해 그 날, 그 날 바뀌었다. 
떡이 먹고 싶으면 절로, 카스테라가 먹고 싶으면 성당으로, 햄버거가 먹고 싶으면 교회로
대대장의 종교가 대대원의 종교가 되는 군대에서 각자의 종교적자유(입맛의 자유)를 실천한다는 것은 하극상에 가까웠다.
이따금 교회는 사열의 장소였다. 따지고 보면 궁극적으로 정신교육 현장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삐걱 거리는 교회 의자에 비육한 돼지들 마냥 엉덩이 끼워 넣고 앉았다.
나를 포함한 다수의 병사들은 의자의 등받이에서 튀어나온 선반을 구유삼아 포식할 궁리를 하고 있었을 게다.

2.난 종교가 없다.
절을 제외한 종교시설에 발을 들여 놓으면 갑자기 두통이 생기곤 했다. 
성당에서 흘러나오는 단조의 성가는 구불구불해야 정상인 뇌를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광기 어린 찬송가 소리에 내 고막은 자비를 베풀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난 전생에 손오공이었나 보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리면, 어김 없이 금고아가 관자노리를 압박한다.
교회와는 달리 절터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하다.
적막한 화장실에서 숙변을 배출하기 전 느끼는 싸한 감정이 나를 사로잡는다. 
아마도 오래 전 봤던 요구르트 광고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절은 참 편한 공간이다.
원체 소리가 없는 공간이라서 가끔 들리는 풍경소리에도 귀가 쫑긋해지는 그런 곳이다.
절은 특유의 적막함을 자장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그게 절의 매력이다. 

3.<세상에 이런일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스님을 본 것 같다. 
절간에서 불상을 청객 삼아 연주를 하는 스님이라니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콜트 기타를 간지나게 맨 교회 오빠는 쉽게 떠오르지만, 쟂빛 도포를 두른 락커 스님이라니.

4. 만약 내가 삭발수계를 하면 간지나는 스님이 되기 위해서 기타를 배우고 락밴드를 결성할 거다.
육욕을 파하고 번뇌를 소리로 승화시킨다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석가는 보리수 나무 밑에서 나름의 곡조를 머릿 속에 공명시켰을 게다.
그래야 마귀의 곡조가 들리지 않았을 테니.
락마니아 석가모니의 후예 커트 코베인 Nirvana를 결성했으나 열반에 이르지 못했다.
커트가 스킨헤드였다면 그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 지, 나는 상상할 수 없다.
 
5.물론 난 남은 생을 방탕하게 살 계획이다.

6. Mono 의 앨범은 식욕을 떠나 절터의 적막함을 생각나게 만든다.
같은 이름을 가진 크랜베리스의 기타리스트인 노엘 호건의 사이드 밴드 모노와는 전혀 다른 음악을 들려준다.
웅장한 성가를 연상케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유기가 생각나는 오묘한 기분이다.
중요한 건 베이스와 글록켄슈필을 연주하는 타마키 쿠니시다. 
난 방탕하게 살 거 라니까.


Mono, <Under The Pipal Tree>, 2001
 

by Mineral Youth | 2011/02/28 15:2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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